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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

한드 추천_마당이 있는 집 (김태희와 임지연)

by kinoki 2025. 2. 25.

마당이 있는 집 – 일상의 틈에서 피어나는 서스펜스, 감춰진 진실의 이면

2023년 방영된 ENA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긴장과 공포를 치밀하게 그려낸 심리 스릴러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행복한 가정’이라는 환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한 집과 정원을 가진 한 여성과, 지하에서 알 수 없는 냄새를 맡으며 균열을 감지하는 또 다른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가정의 안락함과 공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일상의 불안을 정밀하게 포착한 심리적 압박감을 선사한다.


1. 서사 구조 – ‘완벽한 집’이라는 환상의 붕괴


드라마는 두 명의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란(김태희) : 완벽한 남편과 아들,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이상적인 주부’로 보이지만, 지하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시체 냄새로 인해 불안에 휩싸인다.

상은(임지연) :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으로, 어느 날 자신의 남편이 갑자기 실종되면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두 여성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점차 얽혀 가며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가정과 결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서사의 전개 방식은 점진적 긴장감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단순한 공포나 자극적인 전개가 아니라, 작은 의문들이 쌓이며 서서히 극한의 심리적 압박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일상의 틈 속에서 벌어지는 공포’라는 점에서, 기존의 서스펜스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가진다.


2. 캐릭터 분석 –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1) 주란 – ‘완벽한 가정’이라는 틀 속의 균열
주란은 남편 재호(김성오)와 함께 모든 것이 갖춰진 이상적인 집에서 살아가지만, 점차 ‘이 집이 정말 안전한 곳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지하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그녀의 심리적 불안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처음에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진실을 파헤칠수록 점차 자아를 찾아가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 상은 – 폭력 속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여성
상은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인물로, 남편의 실종 이후 점차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간다. 그녀는 극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경제적 불안정과 가정폭력이라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드라마는 상은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상황 속에서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대응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그녀의 행동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폭력에 맞서려는 개인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3) 재호 – 사랑하는 남편인가, 위험한 존재인가?
김성오가 연기한 재호는 첫 등장부터 위압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드라마 내내 가장 강렬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캐릭터다. 그는 겉으로는 다정한 남편이지만, 주란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통해 점차 ‘이 남자는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의문이 부각된다.

드라마는 이러한 모호한 인물의 설정을 활용하여, ‘진짜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3. 연출과 미장센 – 공간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압박


드라마는 ‘집’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장치로 활용한다.

빛과 어둠의 대비 : 주란의 집은 넓고 아름답지만, 지하실과 어두운 공간에서는 불안과 긴장이 감돈다. 이 대비를 통해 공간이 주인공의 심리를 반영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색채 활용 : 따뜻한 톤의 조명과 차가운 그림자가 교차되며, 평온한 일상과 숨겨진 공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카메라 워킹 : 흔들리는 핸드헬드 촬영과 클로즈업 샷이 주인공들의 불안을 강조하며, 시청자로 하여금 주인공과 함께 공포를 체험하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 기법은 드라마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감정과 심리를 깊이 탐색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게 하는 요소다.


4. 결론 – ‘행복한 가정’이라는 환상의 해체


마당이 있는 집은 ‘가정은 가장 안전한 곳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행복해 보이는 공간 뒤에 숨겨진 불안과 폭력을 섬세하게 파헤친다.

이 드라마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공포의 근원이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결국 마당이 있는 집은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공간 속에서 여성들은 정말 안전한가?’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서스펜스를 통해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남는다.